Analysis

굿바이 홈플러스? 파산 기로의 7일, 대형마트는 왜 멈췄나

홈플러스 위기를 대형마트 업황, LBO, 점포 매각과 재임차, 신용 악화가 겹친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황소같은마음으로홈플러스 · 대형마트 · LBO · 기업회생 · 유통업

2026년 7월 3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했습니다. 법원이 이유로 든 것은 아주 현실적인 문제였습니다. 회사를 계속 돌릴 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홈플러스는 매장 운영을 일시 중단했습니다.[1] [2]

여기서 먼저 선을 하나 그어야 합니다. 홈플러스가 법적으로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회생절차라는 마지막 안전장치가 사라졌고, 전국 매장이 멈출 정도로 현금줄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뉴스가 ‘망했다’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이 글의 ‘파산 기로’도 법률 용어가 아니라, 그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이 사건이 큰 이유는 홈플러스가 단순히 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국 점포에서 일하던 직원, 물건을 납품하던 중소 협력사, 매장 안에서 장사하던 임차 상인, 그 동네에서 장을 보던 소비자가 한꺼번에 연결돼 있습니다. 회사의 현금이 멈추면 이 사람들의 매출과 월급, 재고와 상권도 같이 흔들립니다.

1. 일단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운영자금 2000억원을 못 구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 폐지는 ‘회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판결과는 다릅니다. 다만 법원이 보기에, 회생계획을 만들고 영업을 계속할 최소한의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빚을 천천히 갚겠다는 약속도, 그 사이 매장을 열어 둘 돈이 있어야 지킬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그 연결고리가 끊긴 것입니다.[1]

2. 회생절차는 “빚을 당장 갚지 못하는 회사에게 마지막 시간을 주는 제도”다.

쉽게 말해 회생절차는 회사에 주는 법원의 시간표입니다. 빚 독촉을 잠시 멈추고, 회사가 계속 영업해서 벌 돈과 자산을 바탕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언제 갚을지’를 다시 정합니다.

하지만 시간표만 있다고 회사가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매장을 열 전기료와 임대료, 직원 급여, 상품 매입대금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회사가 앞으로 벌 수 있는 돈이 빚을 정리할 만큼 있는지, 그리고 그때까지 버틸 운영자금이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운영자금 2,000억원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던 이유입니다.

3. 그래서 홈플러스에 회생절차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회생절차가 유지됐다면 홈플러스는 새 투자자를 찾거나, 점포와 사업 일부를 정리하거나, 채권자와 빚의 조건을 다시 협상할 시간을 더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거래처와 임대인, 금융회사가 ‘정말 물건값과 돈을 받을 수 있나’를 더 강하게 따지게 됩니다. 신뢰가 흔들리면 상품 공급과 매장 영업도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만으로는 설명이 끝나지 않습니다. 업황이 나빠진 상태에서, 인수 방식과 빚의 구조, 점포를 팔아 버틴 방식이 차례로 겹쳤습니다.

4. 홈플러스는 처음부터 망한 회사가 아니었다.

홈플러스의 출발은 1997년 삼성의 대형마트입니다. 1999년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가 삼성과 합작하면서 ‘삼성테스코’가 됐고, 이때부터 전국 체인 확장이 본격화됐습니다. 테스코는 2011년 지분을 모두 가져갔고, 2015년에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습니다.[3] [5]

인수 직전의 홈플러스는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2015년 2월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8조 5,682억원, 자산은 6조 6,307억원이었습니다. 부채는 3조 7,725억원, 총차입금은 1조 6,178억원이었고,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은 약 2조 8,582억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부채비율은 약 132%입니다.[4]

2015년 2월 결산, 인수 직전 연결 기준 금액
매출 8조 5,682억원
자산 6조 6,307억원
부채 3조 7,725억원
총차입금 1조 6,178억원
부채비율 약 132%

당시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대형마트와 다수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운영했습니다. 다만 ‘완벽히 건강한 회사’였던 것도 아닙니다. 전년도보다 매출과 현금창출력은 줄었고, 2015년에는 3,002억원의 순손실도 냈습니다. 큰 몸집과 좋은 점포망은 있었지만, 대형마트 시장 자체의 성장 속도는 이미 둔해지고 있었습니다.[4]

5. 테스코와 MBK의 이해관계는 왜 맞아떨어졌나

테스코는 영국 본사의 회계 스캔들과 실적 부진을 겪으며 해외 사업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국 사업을 팔면 큰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MBK에는 홈플러스가 전국 점포, 이미 알려진 브랜드, 매일 들어오는 식료품 매출, 그리고 부동산 자산을 가진 대형 플랫폼으로 보였습니다. 테스코가 팔고 싶은 회사와 MBK가 사고 싶은 회사가 만난 거래였습니다.[5]

당시 발표된 거래 가치는 약 7조 2,000억원이었습니다. MBK는 인수 뒤 매장과 온라인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5] 겉으로만 보면 ‘망한 회사를 헐값에 산’ 이야기가 아닙니다. 큰 유통망을 개선해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6. LBO: 주주가 바뀌는 거래가 왜 회사의 빚이 됐나

MBK의 홈플러스 인수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입니다. 쉽게 말해 인수자가 자기 돈만 쓰지 않고, 크게 빌린 돈까지 써서 회사를 사는 방식입니다.

LBO 자체가 불법이거나 반드시 실패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블랙스톤의 힐튼 인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다만 힐튼은 위기 뒤에도 추가 자본을 넣고 빚의 조건을 조정하며 사업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빚을 썼다는 사실보다, 빚을 갚는 동안에도 사업이 투자와 성장을 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6]

홈플러스 같은 인수 구조를 아주 단순하게 그리면 이렇습니다.

  1. 1
    기존 주주

    홈플러스 주식을 보유

  2. 2
    인수용 중간법인(SPC)

    MBK가 인수를 위해 별도 법인을 만듦

  3. 3
    큰돈을 빌림

    중간법인이 금융회사에서 인수 자금을 차입

  4. 4
    주식대금 지급

    빌린 돈이 기존 주주에게 감

    홈플러스 본체에 새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님
  5. 5
    중간법인과 홈플러스 합병

    중간법인의 빚이 홈플러스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짐

기존 주주현금 수령
인수자지배권 확보
홈플러스빚·이자 부담

이 과정을 경제적으로 보면, 기존 주주는 현금을 받고 나갑니다. 인수자는 회사를 지배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앞으로 자기 사업에서 나올 현금으로 빚과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기 위해 빚을 진 것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다만 법률상으로는 항상 자사주 매입이나 감자와 똑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합병의 가격과 절차가 공정했는지, 회사에도 합리적인 이익이 있었는지, 회사 자산을 담보로 내줬는지 등을 따로 봐야 합니다. 대법원도 LBO라고 해서 자동으로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니며, 회사가 떠안는 위험과 회사가 얻는 이익을 전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14]

그래도 재무적으로는 방향이 분명합니다. 원래 회사에 있던 자본과 미래 현금흐름의 일부가 ‘기존 주주에게 지급된 인수대금’을 떠받치는 데 쓰이고, 그 빈자리를 차입금이 메우는 구조입니다. 이때 부채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실제 부채비율은 합병 방식, 자산 재평가, 우선주와 리스 회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LBO가 비판받는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1. 이자와 원금 상환이 먼저가 되면 매장·물류·온라인에 투자할 돈이 줄어듭니다.
  2. 빚을 갚기 위해 점포 같은 핵심 자산을 팔면, 다음 위기에 쓸 담보와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3. 거래가 성공했을 때의 큰 수익은 인수자에게 돌아가지만, 실패 비용은 직원·협력사·채권자·지역 상권에도 퍼집니다.
  4. 장기 투자보다 비용 절감, 자산 매각, 단기 현금 마련을 우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5. 회사의 신용이 약해지면 그 회사에 의존하던 납품업체와 임차 상인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인수 직후’ 숫자는 두 장부를 함께 봐야 한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2015년 2월의 인수 전 연결 기준과, 2016년 2월의 홈플러스 본체 기준은 같은 범위의 장부가 아닙니다. 두 표를 바로 붙여 ‘매출이 얼마 줄고 부채가 얼마 늘었다’고 말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인수 직후인 2016년 2월 말 홈플러스 본체 장부에는 부채 2조 9,306억원, 자본 2조 55억원, 총차입금 1조 4,104억원이 잡혔습니다. 부채비율은 약 146%입니다. 본체만 보면 인수 전보다 조금 높아진 것처럼 보입니다.[7] [8]

2016년 2월 말, 홈플러스 본체 기준 금액
매출 6조 7,468억원
자산 4조 9,361억원
부채 2조 9,306억원
총차입금 1조 4,104억원
부채비율 약 146%

하지만 인수금융의 상당 부분은 처음부터 홈플러스 본체가 아니라 홈플러스스토어즈·홈플러스홀딩스 같은 인수용 중간법인에 들어갔습니다. 인수 구조 전체의 차입금과 회사채는 인수 전 8,741억원에서 인수 직후 4조 5,196억원으로 늘었습니다.[9]

인수 구조 전체의 차입금·회사채 금액
2015년 2월 말 8,741억원
2016년 2월 말 4조 5,196억원

이후 2019년 12월 홈플러스스토어즈, 2020년 2월 홈플러스홀딩스가 홈플러스와 합병했습니다. 중간법인의 빚이 시간이 지나 홈플러스가 감당해야 할 비용과 재무 부담으로 돌아온 구조입니다.[10] LBO는 처음부터 본체 장부에 폭탄처럼 찍힌 빚이 아니라, 인수용 법인에 먼저 들어갔다가 합병과 자산 매각을 거치며 본체의 부담이 된 빚이었습니다.

7. 매출은 왜 반등해도 회복이 아니었나

인수 뒤 매출 흐름은 한 방향으로만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몇 해는 반등했지만, 그 반등이 이익과 현금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아래는 3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를 한 해로 잡은 홈플러스 매출 흐름입니다. 2015회계연도에는 MBK 인수가 2015년 10월에 마무리돼 인수 전 약 7개월과 인수 후 약 4개월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법인 합병과 회계 범위 변경도 있어, 이 표는 매출의 방향을 보는 자료로 읽어야 합니다.

회계연도(결산 2월) 매출
2015 6조 7,468억원
2016 6조 6,067억원
2017 6조 6,629억원
2018 6조 4,100억원
2019 7조 3,002억원
2020 6조 9,662억원
2021 6조 4,807억원
2022 6조 6,006억원
2023 6조 9,315억원
2024 6조 9,920억원

수치는 2015회계연도는 홈플러스 개별 실적, 20162017회계연도는 각 연도 실적 보도, 20182023회계연도는 한국신용평가 자료, 2024회계연도는 증권사 리서치가 재정리한 감사자료를 대조해 정리했습니다.[7] [11] [12] [10] [23]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은 6조원대 중반에서 정체하거나 내려갔습니다. 2019년에는 7조 3,002억원으로 반등했지만, 2021년에는 다시 6조 4,807억원까지 낮아졌습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은 일부 회복했지만, 한국신용평가는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자산 매각과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했습니다.[7] [10] [11] [12]

가장 최근 감사보고서 기준 2025회계연도 매출은 5조 7,963억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영업손실은 5,464억원, 순손실은 1조 10억원이었습니다.[13] 매출이 조금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품을 팔아 남는 돈이 임대료, 이자, 인건비, 물류비를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 홈플러스는 그 현금의 엔진이 빚과 고정비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8. 점포를 팔아 버티는 일은 왜 치명적이었나

홈플러스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점포를 팔고 다시 빌려 쓰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를 활용했습니다. 집을 팔아 목돈을 만들고, 그 집에 월세로 계속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당장 빚을 갚을 현금은 생기지만, 앞으로는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합니다.

이 방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잘 팔고, 그 돈을 수익성 높은 물류·온라인·매장 개선에 쓰며, 임대료도 감당할 수 있다면 자산을 가볍게 만드는 정상적인 금융기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홈플러스에서 매각대금이 주로 인수금융과 차입금 상환에 쓰였다는 점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0년 이후 자산 유동화 규모가 약 2조 5,000억원에 이르렀고, 연간 임차료와 리스 관련 부담이 약 6,000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10]

유통업에서 좋은 위치의 점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손님이 찾아오는 영업 기반이면서, 위기 때 담보로 쓸 수 있는 자산이고, 재개발·용도 변경·매각 시점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입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백화점업을 부동산업으로도 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문 발언을 그대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용으로 쓰기는 조심스럽지만, 좋은 입지의 가치를 설명하는 관점으로는 유용합니다.[15]

신세계의 사례도 비슷합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가 주요 상권의 입지와 자가점포 중심 영업기반을 갖춘 점을 강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롯데리츠는 백화점·마트·아울렛 자산을 별도 리츠에 담아 임대수익과 자산가치를 함께 관리합니다. 실제 일부 자산의 담보감정가는 최초 매입가보다 높게 제시됐습니다.[16] [17]

그러니 홈플러스의 문제는 ‘점포를 팔았다’ 하나가 아닙니다. 빚을 줄이려고 핵심 점포를 계속 팔았고, 팔고 난 뒤에는 임대료라는 고정비를 떠안았습니다. 매출이 흔들릴 때는 부동산을 팔 시점도 가격도 마음대로 고르기 어렵습니다. 빚을 갚는 동안 다음 위기에 쓸 안전판까지 얇아진 셈입니다.

9. 홈플러스는 회생신청 전까지 무엇을 했나

홈플러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온라인 장보기와 배송을 강화하고, 일부 점포를 ‘메가 푸드 마켓’으로 고쳐 신선식품과 체험형 매장 경쟁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점포 매각 후 재임차도 현금을 확보해 버티려는 선택이었습니다.[10]

2019년에는 51개 점포를 묶은 홈플러스리츠 상장도 추진했습니다. 목표 공모 규모는 약 1조 6,000억~1조 7,000억원이었지만, 투자자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철회됐습니다.[18] 점포를 하나씩 급하게 파는 대신, 여러 점포를 리츠라는 그릇에 담아 자금을 조달하려던 통로가 막힌 것입니다.

이후 상장한 롯데리츠는 유통 점포 부동산을 자본시장과 연결해 활용하는 한 사례가 됐습니다.[17] 홈플러스가 롯데리츠를 따라 하려 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홈플러스도 비슷하게 ‘점포를 단순 매각하지 않고 리츠로 묶어 재무 부담을 낮추는 길’을 찾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그 길이 열리기 전에 빚 상환과 임대료 부담이 더 빨리 커졌다는 것입니다.

10. 코스트코·이마트·GS더프레시는 왜 상대적으로 달랐나

‘온라인 시대라서 대형마트는 모두 망했다’고 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경쟁사도 압박을 받았지만, 돈을 버는 방식과 대응할 여력이 달랐습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입니다. 상품 종류를 비교적 제한하고, 대량 판매와 자체브랜드, 회원비를 함께 활용합니다. 2025회계연도 회원비 수입만 53억 2,300만달러였습니다.[19] 일반 대형마트처럼 수많은 상품과 점포를 운영하는 구조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단순 매출만 놓고 홈플러스와 같은 시험지를 본 기업이라고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이마트는 이마트·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의 통합 구매를 통해 구매 규모를 키우고, 창고형 할인점·근거리 슈퍼·온라인 배송을 함께 운영해 왔습니다. 통합 구매 규모는 약 14조원으로 알려졌습니다.[20] 이마트에도 온라인 자회사와 다른 사업부의 부담이 있었으므로 ‘아무 문제 없이 잘 버텼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 업태를 묶어 상품을 사들이고 고객을 만나는 선택지가 홈플러스보다 넓었습니다.

GS더프레시는 동네 장보기와 신선식품, 빠른 배송에 더 가까운 슈퍼마켓 모델입니다. 2025년 GS리테일 슈퍼마켓 부문 매출은 약 1조 7,425억원이었습니다.[21] 큰 교외형 매장을 목적지처럼 찾아가야 하는 모델과, 가까운 곳에서 자주 사는 모델은 온라인 성장에 받는 충격도 다릅니다.

결국 경쟁사의 차이는 ‘쿠팡보다 앞섰다’ 한마디가 아닙니다. 코스트코는 회원비와 창고형 구조, 이마트는 다업태와 구매력, GS더프레시는 근거리 장보기라는 각자의 답을 가졌습니다. 홈플러스는 이 변화에 투자할 필요가 가장 컸던 시기에, 이미 빚·이자·임대료라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11. 신용등급 하락은 왜 ‘돈 문제’에서 ‘상품 문제’가 되나

회사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단순히 금융기사의 숫자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은행과 투자자가 새 돈을 빌려줄 때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거나,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납품업체도 ‘나중에 대금을 받을 수 있나’를 더 엄격하게 보게 됩니다.

그다음은 일상적인 매장 운영의 문제입니다. 납품업체가 현금 결제를 요구하거나 공급 물량을 줄이면, 매대의 상품 구성과 재고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상품이 부족하면 매출이 줄고, 매출이 줄면 현금이 더 부족해집니다. 실제로 2025년 회생신청 당시 신용등급 하락과 공급업체 불안은 함께 보도됐습니다.[22] 이것이 회생절차가 마지막 희망이었던 이유입니다. 회생은 빚의 시간을 다시 정하는 장치이면서, 거래처가 영업을 이어갈 최소한의 신뢰를 붙잡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12. 피할 방법은 없었을까

한 가지 버튼으로 피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위험을 낮출 선택지는 있었습니다.

첫째, 인수 단계에서 빚보다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고, 현금흐름이 나빠질 경우 추가로 넣을 자본을 더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LBO가 성공하려면 ‘평소에 빚을 갚을 수 있다’만이 아니라, 불황과 업황 변화가 와도 매장과 물류에 투자할 돈이 남아야 합니다.

둘째, 핵심 점포 매각을 빚 상환의 기본 수단으로 삼기보다, 경쟁력이 높은 점포를 지키고 온라인·물류·가격 경쟁력에 더 일찍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매출이 떨어질수록 자산을 파는 선택은 쉬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다시 키울 기반을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기 전에 채권자와 빚의 만기·금리·상환 조건을 재조정하고, 새 투자자를 찾는 방법입니다. 이 과정은 누군가 손실을 먼저 인정해야 해서 어렵습니다. 대주주, 채권자, 임대인, 새 투자자 중 누가 얼마를 부담할지 합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홈플러스의 위기는 ‘경영을 못 해서’ 한 줄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대형마트 업황의 변화, 온라인 경쟁, 인수 때 만들어진 높은 빚, 점포 매각 뒤 남은 임대료가 서로를 더 나쁘게 만든 결합된 실패에 가깝습니다.

13. 앞으로 홈플러스는 어떻게 되나

가능성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새 운영자금과 투자자가 들어와 법적 절차를 다시 살리고 영업을 재개하는 길, 일부 점포·물류·브랜드를 나눠 매각하는 길, 그리고 사업을 청산하는 길입니다. 어느 길이 되든 전국의 모든 점포와 고용이 지금 모습 그대로 남는 시나리오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홈플러스라는 법인’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모든 자산과 사람, 브랜드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입지의 점포, 쓸 수 있는 물류망, 매장 안의 임차 상인과 직원은 새 주체 아래에서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간을 끌수록 재고·납품·고용의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그래서 운영자금 확보와 이해관계자 합의가 앞으로의 가장 급한 과제입니다.

홈플러스 사태의 핵심은 ‘쿠팡이 커져서 대형마트 하나가 망했다’가 아닙니다. 이미 느려진 시장에서, 빚을 갚기 위해 성장에 쓸 돈과 점포 자산을 계속 꺼내 쓴 회사가 결국 현금과 신뢰를 잃은 과정입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는 그 과정의 마지막 장면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유통업에서 점포, 빚, 현금흐름을 어떻게 함께 관리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큰 경고이기도 합니다.

참고 자료

  1. 서울회생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관련 공지
  2. 서울신문, 홈플러스 매장 운영 중단 보도
  3. Tesco, Samsung과 한국 합작 확대 발표
  4. 한국기업평가, 「홈플러스 매각이 Tesco에 미치는 영향」(2015)
  5. Tesco, Homeplus 매각 발표
  6. 미국 의회조사국, Private Equity and LBO 사례
  7. 더벨, 2015회계연도 홈플러스 개별 실적
  8. 위클리오늘, 2016년 홈플러스 자본·부채 분석
  9. 뉴스웨이브, 홈플러스 인수 구조의 차입금 분석
  10. 한국신용평가, 홈플러스 기업평가 보고서 (2025)
  11. 비즈워치, 홈플러스 2016회계연도 실적
  12. CEO스코어데일리, 홈플러스 2017회계연도 실적
  13. 조선비즈, 홈플러스 2025회계연도 감사보고서 보도
  14. 대법원 LBO 관련 판결
  15. 매일경제, 이건희 전 회장 관련 일화
  16. 한국신용평가, 신세계 기업평가 보고서
  17. 롯데리츠 2025 Annual Report
  18. 한국경제, 홈플러스리츠 상장 철회 보도
  19. Costco 2025 회계연도 실적
  20. 한국경제, 이마트 통합 구매·트레이더스 전략 보도
  21. GS리테일 2025년 사업보고서
  22. ZDNet Korea, 홈플러스 회생신청과 신용등급 하락 보도
  23. 키움증권, 홈플러스 2024회계연도 실적 리서치